키움 히어로즈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에서 내야수 최주환과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A 계약은 아니지만, 최주환은 2025시즌 FA 자격을 갖춘 선수 중 가장 먼저 계약한 주인공이 됐다. 다만 계약 조건이 특이하다. 키움과 계약 기간은 2+1+1년, 최대 12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이에 대해 키움은 "구체적으로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을 보장하고, 옵션 충족 시 다음 시즌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형태다. 매 시즌 연봉 3억원으로, 계약기간 4년을 모두 채우면 12억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강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최주환은 2006년 2차 6라운드 전체 4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1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출장 기회를 늘려간 최주환은 2015시즌 100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2020시즌까지 두산의 주전 내야수로 자리매김한 뒤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최주환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최주환이 향한 팀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전신). 4년 총액 42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둥지를 옮겼다. 당시 SK가 9년 만에 외부 FA 영입을 성사시킬 정도로 최주환을 향한 애정이 컸다. 안정적인 2루 수비 능력, 장타력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주환은 그해 팀이 SSG 랜더스로 재창단하면서 인천에서 3시즌 동안 활약했다. 그런 그에게 또 변화가 찾아왔으니 바로 2023년 11월이었다. 당시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최주환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는 가운데, 키움으로 팀을 옮겼다. 구단 방향성과 샐러리캡으로 인한 전략적인 선택 끝에 인천을 떠나 고척으로 향한 최주환이었다. 깜짝 이적이었다.
올 시즌 최주환은 무려 130경기에 출장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베테랑으로 키움의 젊은 내야진을 이끌었다. 5월 한때 0.182까지 타율이 떨어졌지만, 이후 무섭게 타율을 끌어올린 끝에 0.257(482타수 124안타)의 타율로 2024시즌을 마감했다. 후반기 타율은 0.300. 올해 최종 세부 성적은 13홈런, 2루타 23개, 3루타 1개, 84타점 49득점, 47볼넷 92삼진, 장타율 0.390, 출루율 0.325, OPS(출루율+장타율) 0.715. 득점권 타율은 0.308.
무엇보다 수비에서 빛났다. 김혜성이 2루에 붙박이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1루수로 완벽한 활약을 해냈다. 수비 이닝은 1027⅔이닝으로 올 시즌 KBO 리그 전체 10위, 내야수 부문 7위였다. 특히 1루수로는 수비 이닝 1118이닝을 소화한 양석환(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그런데도 최주환의 실책은 6개에 불과했다.
키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옵션은 홈런과 타율, 타점 등의 숫자로 구성된 게 아니라 최주환이 건강하게 뛰면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귀띔한 뒤 "물론 구단에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선수는 4년 계약이라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종신 히어로즈맨이 된 것이라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주환이 FA 신청을 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관계자는 "최주환은 무엇보다 키움에 남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FA를 신청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도 싫었다. 이미 시즌 종료 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한 상태였다. 현재 상태만 유지하면 4년간 키움에서 계속 뛸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결국 서로가 원했고, 최종 계약에 합의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윈-원'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키움은 "수준급 내야 수비 실력과 장타력을 갖춘 배테랑 타자와 계속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최주환은 야구 실력 외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선수단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최주환은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키움에서 보낸 2024시즌이 선수 생활에 있어 많이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아쉬움도 있지만 어느 때보다 즐겁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키움이 저를 선택해 주시고 다년계약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다. FA 신청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키움에 남아 동료 선수들과 선수 생활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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