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처럼 꾸준한 내야수 없었다" 그런데 시장 평가는 반토막, 정답은 '옵트아웃'에 있다

안호근 기자  |  2024.12.02 19:44
김하성(29)을 향한 메이저리그(MLB)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부상 변수가 너무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악마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은 김하성이 단기계약을 통해 자유계약선수(FA) 재수를 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매체 야후스포츠는 2일(한국시간) '후안 소토와 사사키 로키를 시작으로 겨울에 영입 가능한 FA(자유계약선수) 상위 50명'을 꼽으며 김하성을 20번째로 소개했다.

매체는 베스트 타자와 투수로 소토, 사사키, 코빈 번스를 소개했다. 이후엔 훌륭한 내야수를 소개했는데 여기엔 유격수 최대어인 윌리 아다메스도 포함됐다.

그 다음은 2번째 티어 타자와 투수들, 추가적인 투수들이 언급된 뒤 김하성의 이름이 나왔다. 김하성은 '의문점을 품고 있지만 잠재력이 큰 포지션의 선수들'로 소개됐다.

매체는 김하성의 시즌 성적을 간략히 소개했다. 김하성은 지난 8월 19일 어깨 관절 와순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121경기에서 타율 0.233(403타수 94안타) 11홈런 47타점 60득점 22도루, 출루율 0.330, 장타율 0.370, OPS(출루율+장타율) 0.700을 기록했다.

야후스포츠는 "8월에 어깨 부상으로 김하성의 2024시즌이 단축됐지만 그전까지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파드리스에서 3년 동안 내야를 돌아다니며 보냈다. FA로 나선 그의 프로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엄청난 수비력(the tremendous glovework)이다. 2021년 MLB에 입단 이후 그처럼 꾸준히 뛰어난 내야 수비를 펼친 선수는 거의 없었기에 이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수비에 있어 다재다능함도 빼놓을 수 없는 김하성의 강점이다. 매체는 "물론 그 기술은 유격수에서 가장 가치가 있지만 2루수나 3루수로도 빼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김하성과 장기계약을 고려하는 팀들에겐 좋은 보너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자 김하성'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매체는 "타격에 있어서 김하성의 파워 잠재력은 제한적이고 특히 다른 최고 수준의 FA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면서도 "그럼에도 그의 최근 몇 년 동안 타석에서 보여준 선구안은 확실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했고 2024년에는 커리어 최저인 16.4%의 삼진률과 커리어 최고인 12.3%의 볼넷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2차적 능력은 김하성의 뛰어난 수비와 함께 견고한 공격적 기초를 보장할 것이며 내야에서 업그레이드를 찾는 모든 팀에게 매력적인 조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상이 지나치게 큰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시즌 전부터 김하성의 FA 예상 몸값은 1억 달러(1403억원)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지난 8월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올랐고 심지어 내년 시즌 초반 결장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1일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과 계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중앙 내야수의 뛰어난 수비 능력을 장기 계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예상 계약 규모로 4년 5200만 달러(729억원)를 제시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하성의 몸값을 낮게 평가하는 매체들 또한 그에 대한 평가는 야후스포츠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2022년 유격수로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 선정됐고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황금장갑을 낀 수비는 이미 정평이 나 있고 20도루 이상이 보장되는 빠른 발에 선구안을 갖추고 일발장타를 갖춘 타격 또한 평균 혹은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저평가의 이유는 단 한 가지 부상이다. 시즌 초반 복귀를 자신하는 보라스와 달리 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거나 복귀 후 어깨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러한 전망은 자연스레 그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몇 개월 사이에 몸값이 반토막이 났다. 김하성은 물론이고 계약 조건을 선수에게 극도로 유리하게 이끌어 MLB 구단들로부터 '악마'로 불리는 보라스가 이를 납득하고 수긍할까.

이러한 평가가 이어진다면 극적인 반전이 나오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해법이 있다. 힌트는 지난해 보라스의 고객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보라스는 지난해 자신의 고객인 블레이크 스넬(LA 다저스), 맷 채프먼(샌프란시스코),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등의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해 막판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스넬은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 채프먼은 4년 7300만 달러, 벨린저는 컵스와 3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특별한 조항이 깔려 있었다.

바로 옵트아웃이다. 옵트아웃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더라도 선수가 원할 경우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을 말한다. 선수로선 사실상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채 FA 재수를 노리는 셈이다.

1일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블레이크 스넬.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스넬은 사이영상을 받고도 부상 우려로 대박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올 시즌 성적은 20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ERA) 3.12으로 활약했고 특히 부상 복귀 후인 후반기엔 노히트노런 포함 5승 무패 ERA 1.45로 사이영상 시즌 시절 임팩트를 펼쳤다. 결국 다저스가 손을 내밀었고 1일 5년 1억 8200만 달러(2549억원)의 MLB 역대 좌투수 3번째 대형 계약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채프먼도 지난 9월 일찌감치 샌프란시스코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154경기에서 타율 0.247(575타수 142안타) 27홈런 78타점 98득점 15도루, 출루율 0.328, 장타율 0.463, OPS 0.791로 활약했고 6년 1억 5100만 달러(2120억원)로 원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더구나 채프먼은 김하성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와 이뤄낸 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벨린저 같은 실패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벨린저는 올해 130경기 타율 0.266(516타수 137안타) 18홈런 78타점 72득점, 출루율 0.325, 장타율 0.426, OPS 0.751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를 그렸고 결국 옵트아웃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내년 시즌 후 FA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물론 아직은 스토브리그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 MLB 윈터미팅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댈러스에서 열리는데 이 시기를 전후해 더 많은 이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보라스의 수완을 통해 원하는 장기계약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럼에도 부상 변수로 인해 이미 많이 낮아진 시장의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옵트아웃을 포함한 계약 카드는 김하성과 보라스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맷 채프먼.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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