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 후 6일 만에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일 뿐 아니라 공약의 구체적 방안을 전혀 알지 못했던 만큼 취재진과 국민의 관심이 쏠린 자리였다. 하지만 PPT를 통해 공약 '발표'만 있었을 뿐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회견장에 나타난 정몽규 회장은 "다들 크리스마스를 잘 보냈느냐. 저는 공약 발표를 준비하느라 크리스마스를 잘 즐기지 못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과 진심을 직접 전하기 위해 나왔다"고 운을 뗀 뒤 준비된 PPT 대본을 읽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의 공약은 ▲집행부 인적 쇄신, 선거인단 확대 통한 지배구조 혁신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남녀 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권 진입 ▲2031 아시안컵, 2035 여자 월드컵 유치 ▲K리그 운영 활성화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등 총 12가지다.
공약이 거창한 데 반해 설명이 부족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지난 아시안컵 개최 실패했는데 유치 성공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냐'고 묻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가 개최 후보일 것 같은데 한국이 가장 좋은 후보다. 한국이 조금만 더 지원한다면 개최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형식적 답변이 나왔다.
지난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 처음 올랐던 정몽규 회장은 이후 3연임을 하며 12년 동안 협회 수장을 맡아왔다. 최근 그를 향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던 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 불거진 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이에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을 재정립하겠다'는 공약에 관심이 쏠렸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묻자 "가장 중요한 건 전력강화위원들의 역량이다. 이번에 인사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 위원들의 토의가 공개된 게 문제였다. 토의 과정에서 좋은 전력강화위원들이 심층 있게 연구하면 충분히 좋은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는 두리뭉실 답변이 나왔다.
유럽파 선수들을 위해 유럽 내 센터 설치에 대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포르투갈, 독일 구단과 협력하고 여러 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건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사재 출연을 포함해 재정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생각 중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 그는 "(제 몫의) 법인카드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해외경비나 축구인을 만나는 것도 제가 직접 비용을 쓰고 있다"는 동문서답도 나왔다. 그러면서 "(아직 후보 신분이라) 이것저것 설명하지 못하지만 생각 중 이다"라고 말했다.
집행부 쇄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당선되면 발표들이 있을 것이다"라는 답답한 답변이 이어졌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구체적인 건 생각 중이다", "지금 공개하기엔 무리가 있다", "당선된다면 발표하겠다" 등 말만 되풀이했다. 허울만 있고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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