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건달' 김태훈, '진실게임'의 '허당선생' 되다

김태은 기자  |  2007.12.12 08:34
ⓒ홍기원기자 xanadu@

"연예판에 진정한 비판은 사라지고, '용비어천가'(찬사) 뿐이다"며 고뇌하는 문화 '글쟁이' 김태훈(38). 음악 잡지 기자로 시작해 각종 신문과 잡지에 영화, 음악 칼럼을 쓰고,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그의 본연이다.

요즘 '문화건달'을 자처하는 그의 외연중 하나는 엔터테이너. SBS '진실게임'에서 '허당선생'으로 불리며 프로그램 보는 재미를 톡톡히 누리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첫 출연한 이래 단 한번도 정답을 맞추지 못하고 헛짚기만 해 얻은 별명이다. 냉철한 자세로 요모조모 분석은 '무지' 하지만, 매번 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교회 친구들에게 "너네 아들은 왜 그러냐"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나도 첫 보고 알겠는데, 왜 넌 못맞추냐" 타박이란다. 해박한 그의 음악 지식에 반했던 가요계 인물 중 한 명인 가수 성시경은 "존경해 마지 않는 김태훈씨의 말을 더 이상 믿어야하는 것입니까"라며 야유를 하기도 했다는데.

제작진은 급기야 그의 자리 앞에 '허당 김태훈'이라는 팻말까지 세웠다. "자막 넣기 귀찮아서"라는 것이 그 이유란다. "똘똘이 스머프 컨셉트랄까요. 건방 떨다가 한 방 먹는"이라는 그는 마침 스머프 컬러의 푸른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다소 그와 비슷해 보이는 컨셉트의 성시경에 대해서는 '투덜이 스머프'라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김태훈은 유명음반사에 재직중이던 2000년부터 팝칼럼니스트로, 연애컨설턴트로 활동한 '라디오스타'. 현재 출연중인 라디오 프로그램만 8개. 그의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에 익숙한 청취자들이 많다. 시니컬한 말투로 내리는 명확한 분석, "헤어지라"는 명쾌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연애상담으로 4500여명 가량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교주님'이기도 하다.

올들어 tvN '박수홍의 섬싱뉴', 스토리온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YTN STAR '뚜껑뉴스' 등 TV에 줄줄이 출연하더니 '진실게임'으로 지상파TV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찼다. 인터넷에 새삼 "김태훈이 누구냐"는 질문이 줄줄이 뜨고 있다. 연애 상담에 이어 부부 성상담까지 나서 여전한 '말발'을 자랑하고 있다.
ⓒ홍기원기자 xanadu@


"윈스턴 처칠이 한 유명한 말이 있죠. '달걀을 낳아본 적이 없어도, 달걀이 싱싱한 것인지 상한 것인지 가려낼 수는 있다'. 꼭 겪어봐야 아는 건 아니죠. 부부관계도 남녀사이에 대입될 수 있는 공식이라는 큰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낼 모레 마흔'에 독신인 그가 부부상담에 나선 이유다. 참고로 "당분간 결혼계획이 없는" 그는 7살 연하의 직장인 여자친구가 있다.

그가 각광받는 방송인이 된 '밑천'인 현란한 비유와 인용이 그칠 새가 없다. "스케줄은 이효리인데, 버는 건 100분의 1도 안되죠"라면서 "평상시의 진지하고 염세적인 모습과 농담 좋아하는 양쪽 측면이 모두 발휘된 것"을 인기 게스트로 부상하게 된 이유로 꼽았다.

1969년 서울생. 386세대 끝자락을 차지하는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총학생회 일을 하다가 중앙대 불어과를 한 학기를 남기고 중퇴했다. 한 포탈사이트 프로필에 '학사'로 표기돼있어 "이 바닥에서 별명이 '허위학력'"이라는 그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단 프로그램 DJ가 되는 것이다. 사실 TV에 본격 뛰어든 것도 소위 '지명도, 인지도'에 밀려 지상파 라디오 DJ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큰 욕심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죠. 하지만 DJ석은 욕심이 나네요. TV가 1대 다수의 매체라면, 라디오는 1대 1의 매체라 할 수 있어요. 원로 DJ 이종환씨가 'DJ란 유일하게 사람을 2시간 동안 온전히 앉아있게 만드는 직업'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외로운 사람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음악도 들려주는 친구같은 DJ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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