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이 깬 일일극의 몹쓸 편견 4가지

김관명 기자  |  2009.03.17 18:42


SBS '아내의 유혹'(사진)이 점입가경이다. 16일 방송에선 애리(김서형) 가 수빈(송희아)을 밀쳐 실명위기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이를 눈엣가시 같은 은재(장서희)에게 덮어씌우려고까지 했다. 은재가 제 정체를 밝힌 게 지난 주였는데 어느새 남편 교빈(변우)과 시아버지(김동현)는 주유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루만 안보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속도감이다.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분명 기존 일일연속극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같은 '복수'를 소재로 장서희와 한혜숙이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 때보다 그 간극은 더 멀다. '아내의 유혹'이 깨부순 한국 일일드라마의 뻔한 편견 몇 가지를 살펴봤다. 이는 '막장드라마'라는 오명 속에서 '아내의 유혹'이 성취한 위대한 업적이다.

일일극은 일주일에 한번만 보면 돼

지금까지 일일극은 아침에 하거나 저녁에 하거나 모두 유유자적했다. 그만큼 속도가 더딘데다 내용도 뻔했다는 거다. 오죽했으면 '일일연속극은 일주일에 한번만 봐도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너는 내운명'의 윤아와 박재정이 서로 인연을 맺기까지 그 얼마나 긴 시간을 돌고돌아야 했는지, '열아홉 순정'의 구혜선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떠올려보시라.

하지만 '아내의 유혹'은 한 회는커녕 잠시만 눈을 돌려도 내용 따라가기가 힘들다. 17일 예고편에선 애리의 계략으로 누명을 쓴 은재에게 경찰이 들이닥쳤다. 수빈이 피 흘리며 쓰러진 지 딱 하룻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하늘고모(오영실)에 대한 애리의 대놓고 해대는 구박도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은재 입장에서만 봐도 익사 위기, 생환, 변신, 접근, 결혼, 복수, 정체폭로, 살짝 용서, 또 위기 등이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이러한 속도감은 호흡 긴 일일드라마 역사상 가히 유례없는 일이다.

일일극은 안웃겨..시트콤이 웃긴 거지

이같은 속도감 때문일까. 사실 '아내의 유혹'은 분장술부터 배우들의 극단적인 동작까지 깐깐히 따지고 보면 '엉성하다'. 점 하나 찍어 자기가 전처였다는 사실을 속였다는 설정부터, 찌질남 남편 변우민의 '오히려 귀여운' 오버 액션까지. 은재에게 살인누명을 덮어씌우기 위해 은재의 액세서리를 방바닥에 내던지는 애리의 동작에서는 거의 웃음이 나올 정도다. 그래도 시어머니인데 며느리 무서워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금보라, 이거 시트콤 아냐?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용서한다'. 왜? '아내의 유혹'이니까.

하지만 정통의 한국 일일극은 일상의 리얼리티 묘사에 관한한 그 어느 드라마 장르보다 최선을 다하는 장르로 여겨져 왔다. 서민드라마였던 '돌아온 뚝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고두심의 분장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했던 '춘자네 경사났네', 싱글맘 한혜진의 시댁생활 정착기 '굳세어라 금순아' 모두 일상의 리얼리티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그래서 그만큼 웃음보다는 진한 페이소스를 전하는 장르가 바로 일일연속극이었다.

시청자들은 대신 감각적인 트렌디는 미니시리즈에서, 포복절도 웃음은 시트콤에서. 깔끔한 완성도는 단막극에서, 치렁치렁 대가족 이야기나 쩌렁쩌렁 영웅호걸 이야기는 주말드라마나 대하사극에서 찾았다. 그 틈새에서 일일연속극이란 하루 5번씩 매일 시청자를 찾아가는 그 태생만큼이나, 중견배우들의 과하거나 모자람 없는 연기만큼이나 덜 자극적이고 편안한 하루 저녁의 동반자였다.

일일극 대가족은 꼭 저녁을 함께 먹어

일일극에선 또한 대가족이 함께 모여 큰 밥상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대가족의 알뜰살뜰함, 시끌벅적함은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밥상 장면이야 '엄마가 뿔났다'를 대표로 한 김수현 드라마의 히트 공식이긴 하지만, 일일드라마 역시 결코 이에 뒤지지 않았다. 원로부터 젊은 연기자까지 모두 등장하다보니 대가족과 이웃집은 필수였고, 이들이 모두 모이는 장면으론 밥상머리만한 게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내의 유혹'은 이같은 살뜰한 풍경은커녕 지난주에는 은재가 다 차려놓은 밥상을 시어머니 앞에서 뒤엎기까지 했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시어머니(금보라)에게 "밥 차려 주세요"라고까지 내뱉는 은재. 도망치다시피 애리에게 달려가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로 단출하니 밥상을 건네받은 불쌍한 교빈. 일일극의 위대한 뻔한 공식 하나는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일일극은 무조건 저녁 8시에 시작하는 거야

'아내의 유혹'이 파괴한 일일드라마의 편견 중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바로 방송시간대다. 일일드라마가 방송사 메인뉴스인 '9시 뉴스' 시청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건 이미 정설. 해서 KBS MBC 일일드라마는 통상 오후 8시 20분 정도에 시작하는 게 관례였다. 직장인들의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과도 얼추 맞아떨어졌다. 이런 금도를 넘어 오후 7시 40분에 시작했던 KBS '돌아온 뚝배기'는 결국 흥행에서 큰 낭패를 봤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은 오후 7시 20분에 시작하면서도 30%대 후반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시청자가 늘어난 것인지, 요즘 실직 등으로 시청자가 늘어나 드라마를 본 것인지(겨울방학 때는 확실히 시청률이 더 높았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 시간대 없던 시청자를 새로 창출한 건 수치상으로 분명하다. 덕분에 곧바로 이어 시작하는 '8뉴스'까지 시청률 덕을 보고 있으니 SBS 편성팀, 할 말 많겠다. "일일드라마가 밤 8시에 한다는 편견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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