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민망한 연예인인게 참 좋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8.20 12:38
ⓒ홍봉진기자 honggga@


'우보'(牛步). 최강희는 소걸음과 닮았다. 올해 나이 서른셋. 연기경력 15년. 최강희는 또래 여배우들이 화려한 스타덤을 누릴 때부터 스캔들로 명멸한 지금까지 느리지만 확실하게 걸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최강희를 패셔니스타에서 4차원 소녀, 선행천사로 기억할 뿐 배우로 인정하진 않았다. 9월10일 개봉하는 '애자'는 그래서 최강희에겐 도전이다. 최강희는 '애자'에서 소설가를 꿈꾸며 엄마를 홀로 두고 서울로 떠난 당찬 여인을 그렸다. 엄마가 암에 걸려서야 비로소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인물.

그동안 최강희가 연기했던 별세계 여인들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다. 최강희는 "변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처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도 했다. '애자'의 무엇이 최강희를 건드렸을지 물어봤다.

-'애자'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미용실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다. 어느 순간 내 안의 애자랑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자신은 없었지만 우물쭈물하면 다른 사람이 할 것 같았다. 또 지금까지 엄마에게 보여줄 영화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보여줄 영화가 없었다면.

▶엄마는 '여고괴담'이나 '달콤살벌한 연인' 같은 내 출연작을 질색하신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랑과 영혼'을 못보게 하셨을 정도니깐. 그 도자기 장면 때문에.

-올해로 연기 경력이 15년이다. '애자'가 그동안 한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나이를 들을 때마다 나도 새롭다. 지금까지 늘 변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늘 넌 왜 그렇게 똑 같냐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변화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애자'는 최강희와 어떤 게 그렇게 다른가.

▶캐릭터가 전혀 다르다. 심지어 애자는 공부도 잘했다.(웃음) 비슷한 부분도 있다. 밖에선 패셔니스트고 집에선 깻잎녀로 변신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새벽까지 인터넷을 졸린 눈으로 검색하고 있는 것도 같다고 해야 할까. 다른 부분은 김숙을 많이 참고했다. 김숙이 지금은 성질이 많이 죽었지만.(웃음)

-영화 속 엄마인 김영애와 실제 엄마와는 어떤가.

▶김영애 선생님은 친구 같은 엄마였다. 그래서 우리 엄마한테 가끔 미안하다. 엄마가 잔소리하고 그러는 게 싫고 또 많은 이야기도 못해서.

-'애자'에 첫 번째 관객이 엄마라는 소린데 영화를 통해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던 것인가.

▶그렇다. 편지에는 '미안해' '사랑해' 두 줄 밖에 못쓰잖나.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뭐, 나보다 못된 딸도 있어 이런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웃음)

-아버지가 20살 때 돌아가셨는데 최강희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내가 바통 터치해서 엄마를 모셔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엄마는 내게 영원히 바뀌지 않는 존재다. 세상이 '트루먼쇼'라고 해도 엄마는 내 편일 것이다. 애인보다 더 사랑해주는 존재고. 그래도 지금까지 그런 말을 못했다. 애자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런 이야기 안한다.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다.

-독립을 원했을 때도 있었을텐데.

▶나이도 있는데 좀 늦으면 혼나고, 일찍 일어나라고 혼나고. 팬들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있다. 민망한 연예인이다. 엄마는 지금도 요즘은 아파트에도 카메라가 있으니 행동 조심하고 다니라고 하신다. 독립을 원했을 때도 한 번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엘리베이터 공포증이 있었다. 자다가도 무서워서 엄마 곁으로 가고. 그래서 기회를 놓쳤다.

-그런 공포증은 언제 있었나.

▶라디오 DJ를 하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할 때였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두려웠나 보다.

▶그랬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도 혼자서는 못탔다. 그런데 어느 날 의식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홍봉진기자 honggga@


-연예인으로 스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아직 연기보다 내 외모나 캐릭터에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갖으시니깐 내가 연예인인가 보다 싶다. 그런데 난 연예인보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

-4차원이나 선행천사로 불린다. 결국 남과 다르다는 건데 힘든 순간도 있을텐데.

▶선행천사라 불러주시면 고맙죠. 그런데 선행을 한 번 했을 뿐이다. 큰 의미를 갖고 한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걸로 먹고살고 있다. 그래서 좋은 일로 보답하고 싶었고 그걸로 내 마음이 편하고 싶었다. 좋은 일 한 번 했을 뿐 나도 남들과 똑같이 나쁜 일도 하고 산다. 그런데 그런 일이 드러나면 이렇게 배신할 수 있냐고 할까 두렵다.

-'애자'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던데.

▶변화를 의식적으로 처음 한 작품이니깐. 또 흥행에 대한 생각이 지금까진 없었는데 이번에는 좀 있다. 자신감도 갖고 싶고. 내 생애 처음으로 러닝 개런티를 걸었다. 흥행에 성공하면 집도 살 수 있다. 엄마랑 나랑 살 집.

-엄마랑 살면서 여전히 민망한 연예인으로 살려는가.

▶난 민망한 연예인인 게 참 좋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어느 정도 이름을 얻게 된 것은 90% 이상이 엄마의 기도 덕분이다. 난 돌발적이고 호기심도 왕성하다. 엄마의 기도가 없었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튀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잘못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연애해도 쓰지 말아달라고 하면 안쓰고. 다 엄마 덕이다.

-더 좋은 배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 같은가.

▶그게 숙제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조금 알 것 같은데. 배우란 그런 게 아닌가. 작품으로 우울할 때 웃겨주고 달래주고 공격도 해주는. 느리게 왔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여전히 휴대전화는 없나.

▶요즘 고민 중이다. 난 괜찮은데 엄마가 연락이 안된다고 걱정이 많으셔서. 하나 마련해야 되나 싶다. 늦게 오면 꼭 언제 간다고 연락해야 하니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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