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 구르는' 59번 국도 단양 선암계곡서 센치한 쉼표를..

김재동 기자  |  2018.09.20 14:48
위로부터 상선암, 중선암의 출렁다리, 하선암./사진제공=단양군청

대추·감 등이 익어가는 계절 가을엔 외로움도 익어간다. 이맘때 외로움은 정서적 사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특히 호젓한 길은 그런 사치를 무르익힌다.

강원도 양양군서 전남 광양 태인동까지 이어진, 우리나라서 세 번째 긴 59번 국도는 험지도 많이 거치고 절경도 많이 스친다. 다른 국도에 비해 강이나 하천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많다. 그중 단양구간은 가을에 예쁘다. 하선암-중선암-상선암을 거쳐 가는 선암계곡로가 특히 그렇다.

중부의 명산 월악산뿐 아니라 도락산, 황정산등 골골의 물들을 그러모아 남한강 큰 물줄기를 찾아가는 선암계곡은 바위산 월악의 아류다운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장식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납작납작한 반석들의 향연 속에 생뚱맞게 올라앉은 크고 두릿한 바위 하선암은 호젓한 산세와 에메랄드빛 깊은 소를 배경으로 고아한 선비나 부처같은 자태를 갖춰 부처바위, 불암으로도 불린다.

하선암으로부터 2km쯤 올라 만나는 흰 바위들의 세상 중선암엔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秀石)’이란 글귀가 새겨진 옥렴대가 눈에 띈다. 여기서 사군이란 단양, 영춘, 제천, 청풍을 이름이니 이 4곳의 명승중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빼어나다는 의미다.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윤헌주가 썼다고 한다.

중선암으로부터 다시 약 2km를 올라 만나는 상선암은 “시냇물이 길게 우묵한 돌에 이르면 돌구유에 물을 담은 것 같고 동글게 오목한 돌에 이르면 돌가마에 물을 담은 것 같다”고 택리지에서 이중환이 서술한 묘사가 딱 맞아떨어짐을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훗날 삼선암을 다시 찾아 신선 놀음을 하고 싶다”는 이중환의 소회에 백번 공감하게 된다.

물은 바위를 따라 그렇게 길을 내어 흐르고 59번 국도는 그런 물과 산을 따라 또 그렇게 길을 내어 흐른다. 이 호젓한 길을 걷거나 차로 달리다 마른 잎 떨어져 길 위에 구르는 모습을 보며 마주하는 센티멘탈 감성은 조락의 계절에 걸맞는 인생의 아름다운 쉼표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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