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따스한 외인이 또 어디 있나 싶다. 입단 2년 만에 감독, 코치들의 마음마저 헤아릴 줄 안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28)가 선수들에 이어 영웅군단 코치진의 마음까지 훔쳤다.
파나마 출신의 후라도는 지난해 100만 달러에 영입돼 올해로 키움 2년 차를 맞이한 우완 투수다. 팔꿈치 수술 경력으로 인해 영입 당시 큰 우려를 받았으나, 30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 183⅔이닝 147탈삼진을 기록하며 KBO 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한 후라도는 올 시즌도 8월 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21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3.36, 131⅓이닝 119탈삼진으로 순항 중이다.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팀 동료 엔마누엘 헤이수스(2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리를 안겨줬다. KBO 리그 통틀어서도 다승 공동 4위, 후라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롯데의 애런 윌커슨뿐이다.
후라도의 가치는 꾸준함에 있다.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7회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은 QS 비율 81%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시 8회로 그의 앞에는 NC 카일 하트의 9회뿐이다.
올해 키움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상황이라는 걸 떠올리면 후라도의 존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존 에이스 안우진(25)이 입대하고 156㎞ 유망주 장재영(22)이 타자 전향을 선택한 상황에서 키움은 후라도를 필두로 헤이수스, 하영민(29)이 제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최하위에도 어디 가서 무시 못 할 팀이 됐다.
이승호(48) 키움 1군 투수코치는 올해 후라도가 꾸준한 이유로 "루틴이 확실하다. 후라도는 쉬는 날이 없다. 일주일 내내 (조금씩이라도) 던지면서 선발 등판 날 외에는 회복 훈련을 철저히 잘해주고 있다. 피치컴 적응도 잘하고 있다. 본인이 주로 사인을 내다보니 피치컴 착용 후 리듬도 훨씬 더 좋아졌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워낙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이 좋으니 페이스가 떨어져도 안정감 있게 시즌을 치러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 전 후라도와 개인 면담을 통해 나눈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홍 감독은 "개막 전에 후라도 선수에게 '우리 팀에 어린 선수가 많이 있으니 네가 솔선수범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코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선배 선수의 말 한마디가 후배들에게 더 큰 영향력이나 파급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제 겨우 입단한 지 1년, 그것도 낯선 스페인어를 주로 쓰는 외국인 선수가 그런 역할을 맡는 건 쉽지 않을 터. 이에 홍 감독은 "내가 감정에 호소했다"고 웃으면서 "우리 팀이 올해 선발 투수도 부족하고 힘들 테니 그저 후라도 네가 건강하게 로테이션 잘 지켜주고 어린 동생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형처럼 읍소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읍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인 결과, 후라도는 모두가 신뢰하고 따르는 진정한 에이스로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에이스로서 책임감마저 즐기는 듯하다. 그 모습에 주축 선수들이 이탈해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 감독과 키움 이적 후 처음 1군 투수코치를 경험 중인 이승호 코치도 큰 힘을 얻고 있다.
이 코치는 "후라도는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참 교감이 잘 되는 선수다. 언제 한 번은 내게 농담 식으로 '코치님, 스트레스 받지 마. 내가 잘 던질게. 나 화요일, 일요일 나가잖아? 내가 2승 할게'라고 말한다. 선수가 그렇게 말해주니 코치인 나로서도 참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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