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KIA' 김종국-장정석 구속영장 기각 '사상 초유 사태 피했다'... 구치소 벗어나 '배임수재 의혹' 해명한다 [종합]

김동윤 기자  |  2024.01.30 23:01
김종국 KIA 전 감독(왼쪽)과 장정석 전 KIA 단장./사진=OSEN
같은 시기에 프로야구 구단에서 역임한 단장과 감독이 동시에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피했다.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51) 전 감독과 장정석(51) 전 단장이 구속 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두 사람의 구속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뉴스1에 따르면 유 부장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후원 과정과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 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영장 기각 취지를 설명했다.

이로써 김종국 전 감독은 개인 비리로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구속되는 첫 불명예를 피하게 됐다. 앞서 1983년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김진영 감독이 경기 도중 판정에 불복, 심판을 폭행해 구속 기소된 적은 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여 원과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감독이 2022년 6월 후원 업체 회장 A씨를 만나 견장 광고를 제안했고 이를 장 전 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견장 광고는 선수 유니폼의 소매나 어깨에 붙이는 광고로 검찰은 두 사람이 금품을 받고 후원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에는 김 전 감독이 2022년 7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A씨를 만나 광고 계약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고, 해당 업체의 광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장 전 단장은 배임수재 미수 혐의도 받는다.

이날 오전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오전 10시 무렵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은 2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마주했다. 취재진은 두 사람에게 "뒷돈을 받았습니까", "혐의를 인정합니까", "팬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등 여러 질문을 던졌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 구치소로 향했고 이후 약 12시간의 영장실질심사 끝에 오후 10시 이후 구치소를 벗어났다.

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불구속 결정은 두 사람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혐의의 상당성, 재범 및 보복이나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구치소가 아닌 사회에서 본인들이 의심받고 있는 배임수재 등의 의혹을 해명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이 받는 주 혐의는 배임수재죄다.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에 해당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정의된다. 해당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지난해 3월 장정석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박동원(34·LG 트윈스)에게 뒷돈을 요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장 전 단장은 박동원과 연장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했고, 박동원이 선수협에 녹취록을 전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KIA 구단은 3월 28일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이튿날인 29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장 전 단장과 선수 측 입장을 모두 들은 KIA는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결의했다. 이후 KIA의 자진 신고를 받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해당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10개 구단을 상대로 전수조사 후 지난해 4월 검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KIA 타이거즈는 29일 공식 SNS를 통해 김종국 전 감독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구단 공식 SNS
KIA 선수단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의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조사 과정에서 박동원 건과 별개로 장 전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를 포착했고, 지난해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장 전 단장이 부당하게 챙긴 금액 중 일부가 김 전 감독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고, 김 전 감독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외부 제보를 통해 김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KIA는 27일 당사자와 면담으로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28일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29일 오전 김 전 감독이 단순히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구속 영장까지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KIA의 판단도 달라졌다. KIA는 29일 오후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뒤이어 공식 사과문을 통해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면서 "이번 사안에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호주 캔버라(1차)와 일본 오키나와(2차)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KIA 선수단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번 캠프에는 코칭스태프 19명, 선수 47명(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 등 6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올해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나성범(35)은 출국길에서 코치진을 비롯한 KIA 구성원에게 진심 어린 직언을 남겼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냥 우리가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나성범은 "지금은 뭐라 이야기할 건 아닌 거 같다. 감독님(김종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일단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했으니 캠프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을 아끼며 "캠프가 어떻게 보면 한 해 야구를 시작하는 날이라 오랜만에 보는 선수도 있다. 다들 웃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이 새로운 감독으로 오실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너무 동요되지 말고 준비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으로서 KIA 구성원에 바라는 첫 일성은 의미심장했다. 코치진에게 바라는 점이기도 하지만, 선수단과 더 나아가 구단 관계자들에게 부탁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성범은 "호주에 가서 진갑용 수석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그냥 우리가 야구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이렇다 해서 선수와 코칭스태프마저 여기서 더 다운되면 또 한 시즌을 망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와 우리 모두 빠르게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IA 새 주장 나성범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편 투수조 최고참 양현종 역시 선수단을 다독였다. 양현종은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스럽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는 캠프를 가는 길이기 때문에 캠프를 잘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올해 스스로 생각했던 각오나 목표를 다시 마음 속에 새기면서 비행기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부탁했다.

건강상 이유가 아닌 이유로 수장 없이 스프링캠프에 나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프로 커리어 18년 차의 대투수도 충분히 당황할 상황이지만, 예상 외로 의연했다. 양현종은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하면서 "모든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겠지만, 솔직히 말해 스프링캠프 때는 코치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스프링캠프 초반만큼은 정말 감독님이 나설 상황이 많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스프링캠프만큼은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는 분위기다. 나도 스프링캠프를 많이 가봤지만, 항상 이 시기만큼은 선수들에게 맞춰져 있다. 항상 우리들이 몸을 만들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실 감독의 공백이 크게 와닿거나 빈자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생각은 아직 성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KIA 양현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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